라임, 옵티머스 사태 이후 주춤했던 헤지펀드 설정액이 꾸준히 늘면서 업계는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형 운용사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진 반면 신생, 소형 운용사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판매 허들이 높아지고, 수탁 거부 사례가 자주 목격되는 가운데 증시 침체까지 겹쳐 이들 작은 하우스들의 어려움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더벨은 한계로 내몰리고 있는 중소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현재 상황을 총 5편에 걸쳐 자세히 다뤄본다.
중소형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고유재산수익에 이어 운용보수마저 급감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공모주, 메자닌펀드가 주력상품인 운용사의 경우 신규 설정도 크게 둔화된 데 따른 여파다. 최근 메자닌 규제 강화로 투자심리마저 위축된 상황이라 중소형 하우스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기준 수탁고 2000억원 미만의 중소형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살림이 갈수록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규모 고유재산 손실과 더불어 펀드운용보수마저 삼 분의 일 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중소형 헤지펀드 하우스 280여곳의 펀드운용보수는 전분기 대비 65.6% 감소한 407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대형 헤지펀드 하우스들의 운용보수가 50% 가량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감소폭이 더 크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했을 때도 하우스 외형에 따라 제각기 다른 증가세가 눈에 띈다. 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헤지펀드 운용사의 올해 1분기 펀드운용보수는 전년동기 대비 15.7% 불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40개 대형 헤지펀드 하우스의 실적은 41.8% 증가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재차 정크본드 드러냈다.
◇주력상품 신규 설정 난항. 높은 밸류에이션에 투심 위축
그간 중소형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기업공개 열풍에 힘입어 관련 상품들을 출시하는 데 집중해왔다. 지난 5월 말 기준 중소형 하우스들의 헤지펀드 정크본드 1458개 가운데 IPO, 하이일드, 코스닥벤처, 메자닌 등 공모주 관련 상품의 비중은 약 57.1%(833개)에 달하는 상황이다. 반면 수탁고 2000억원 이상의 대형 하우스들의 상품 중 공모주 관련 펀드는 전체의 37.4%(503개)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가운데 공모주, 메자닌펀드의 신규 설정세 둔화가 중소형 하우스의 실적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에 롤오버 대신 펀드 해지를 희망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새롭게 정크본드 유입되는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5월 말까지 신규 설정된 헤지펀드 가운데 IPO, 하이일드, 코스닥벤처, 메자닌을 운용전략으로 채택한 상품은 총 172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동일한 전략의 상품이 252건 출시된 것을 감안하면, 일 년 새 신규 설정 규모가 30% 넘게 급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강세장에 공모주 관련 펀드들이 연달아 출시됐으나, 업계 전반에 증시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신규 출시가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기업가치가 크게 조정됐지만 투자심리 위축과 중소형 하우스에 대한 판매사의 보수적 스탠스로 신규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환사채 상향 리픽싱 의무화도 영향 미쳐
지난해 12월 시행된 전환사채 관련 규정 개정안도 중소형 하우스의 주력상품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을 받기 위해 자산구성의 최대 50%를 벤처기업의 정크본드 메자닌으로 구성하던 코벤펀드 입장에서 더는 예전 같은 초과수익을 정크본드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주권상장법인이 발행한 사모 CB의 주가 상승시 전환가액 상향조정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상향 조정 범위는 최초 전환가액 한도 이내로 제한하는 한편, 공모발행 CB에는 개정된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는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최대주주의 콜옵션 한도 제한' 규정은 공감하면서도 상향 리픽싱 의무화의 경우 메자닌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정크본드 정크본드 마켓 대신 대안으로 국내에 구성된 것이 메자닌 시장"이라며 "위험을 감수하고 한계기업에 투자하는 특성상 해외 정크본드의 수익률은 정크본드 10~20% 수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간 국내 전환사채 시장은 높은 확정금리 대신 리픽싱이라는 캐피탈 게인(자본이득)을 부여한 셈인데, 이번 개정안이 이를 규제함에 따라 메자닌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이에 헤지펀드업계는 물론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코스닥시장에도 연쇄적인 한파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중국 디폴트 우려에…" 인민은행 '정크본드 정크본드' 투자 지시
최근 중국 인민은행이 각 은행에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 투자를 늘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전쟁, 실물경제 둔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정책 등으로 민영기업들의 자금조달난이 가중되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 리스크가 확산되면서다.
19일 상하이증권보에 따르면 인민은행이 최근 각 은행에 창구지도를 통해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로 지원한 자금을 기업 대출과 회사채 매입에 활용하도록 하는 지침을 내렸다.
특히 인민은행은 신용등급이 'AA+' 이상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의 경우엔 투자액만큼, AA+ 이하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에 투자하는 경우는 투자액의 두 배만큼 MLF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단,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기업이 발행한 채권에 대해서만 MLF 자금을 지원해준다.
중국 본토 채권시장에서는 신용등급이 AA+ 혹은 그 이하인 기업의 회사채는 사실상 정크본드로 간주하는 게 일반적이다. 인민은행이 자금을 동원해 각 은행에 정크본드에 투자하도록 독려한 것이다. 이는 실물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올 들어 중국 정부의 디레버리징 정책으로 시중 유동성 가뭄이 심화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중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고 실물경제마저 둔화하면서 채권시장에서 기업 디폴트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자연스럽게 회사채 투자도 위축됐다.
특히 정크본드로 간주되는 AA+ 이하 채권 투자는 거의 씨가 마르면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줄줄이 취소됐다. AA+ 이하 채권 대부분은 민영기업이 발행한 것이다. 사실상 민영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진 셈이다.
이달 5일에도 AA+ 신용등급의 중국 민영 석탄기업 상장사인 융타이에너지(永泰能源)가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원리금 16억500만 위안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했다. 채권 발행은 물론 은행 대출도 정크본드 어려운 데다가 주식시장마저 불안해지면서 상장사들조차 자금 조달난을 겪고 있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중소 민영기업의 자금 숨통을 틔워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17일 오후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는 회의를 개최해 각 시중은행에 대출을 확대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저당담보물이나 외부 신용평가 의존도를 낮추도록 지시했다.정크본드
앞서 인민은행도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기 위해 올 들어서만 세 차례 맞춤형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하고, 공개시장조작, MLF, 정책금리 인하 등을 통해 잇달아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 왔다.
지난 16, 17일에도 이틀 연속으로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을 운영해 모두 3900억 위안(약 65조4000억원)의 순유동성을 공급했다. 17일엔 1500억 위안의 국고현금정기예금 입찰도 실시해 시중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3개월물 낙찰금리는 정크본드 3.7%로, 3년래 최저치였다. 시중은행이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자금을 대출로 제공할 수 있게끔 은행의 숨통을 틔워준 것이다.
중국 시장조사 업체인 윈드사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정크본드 중국 회사채 시장에서 기업 13곳이 발행한 채권 25개에서 디폴트가 발생했다. 디폴트 액수는 전년 동기 대비 47.13% 증가한 253억100만 위안에 달했다. 특히 민영기업, 상장사에서 디폴트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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